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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한자 학습지를 하는데 종종 이상한걸 물어봅니다

아니 銀 은자를 배우는데 은행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거에요

왜 은행에 은자가 들어가는지 알려달라네요

저도 몰라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왜 bank라고 하는지도 같이 알아보았습니다

은행의 역사는 기원전 17세기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함무라비법전에는 재산의 기탁과 그 운용에 대한 규정이 기록돼 있습니다

서양에서 이를 '뱅크'라고 부르게 된 것은 중세 이탈리아의 환전업무 책상에서 비롯됐습니다

반코는 이탈리아어로 '돌의자, 책상'따위를 의미합니다

 

금융거래는 중세 수도원의 돌의자에서 싹텄습니다

수도원 포도밭에 놓인 의자는 상인과 수도원장이 증서를 주고받는곳이자 사업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금을 가진 상인은 수도원에서 증서를 받고 이를 맡겼습니다

화폐가 발달하지 않았고 도둑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살때 금을 들고 다니면 무겁고 운송비가 드는데다 뺏기기도 쉬웠습니다

근처 수도원에 금을 맡기고 증서를 받은 상인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물건을 고른 뒤 인근 수도원에 가 돈을 찾아 지불했습니다. 보증은 신께 맡겼습니다

 

한편 중세 지중해 연안에서는 상업 교역이 시작됐는데,

당시 유통된 화폐는 종류와 품질이 하도 다양해 교역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환전상이 등장해 '반코'라고 불리는 환전대 위에서 화폐수수를 도왔습니다

초기의 환전은행은 단순한 보관은행이었습니다.

이후 보관된 화폐를 상인들간에 서로 주고받을수 있도록 하면서 대체은행으로 발전했습니다

대체은행의 출현은 화폐의 지급, 확실한 결제, 화폐유통의 원활화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그럼 은행이 왜 金行이 아닌 銀行일까요?

중국에서 중국상인조합을 뜻했던 '행(行)'은 좁게는 가게나 점포, 넓게는 기업을 의미한다고 해요

원래 '항'으로 발음해야하지만 은행이라는 표현이 관례적으로 사용되면서 '행'은로 굳어졌습니다

한자 행(行)은 '다니다'는 뜻의 동사일때만 '행'으로 발음됩니다

반면 '가게나 점포'라는 뜻의 명사일때는 '항'으로 발음이 됩니다

다시 말해 본래 은행은 '은항'으로 발음돼야하며 '은을 취급하는 점포나 가게'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왜 은을 취급한다고 했을까요? 금행이나 전행이라는 용어가 사용될수는 없었을까요?

이유는 뱅크가 번역될 당시 동양 문명국이었던 중국이 은본위제였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들면서 은을 중심화폐로 채택한 국가는 거의 사라졌지만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오랜 기간 은본위제를 고수했습니다

16세기들어 신대륙에서 은이 다량 산출돼 시작가격이 하락하면서 은본위제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중국이 오랜기간 구리를 중심화폐로 사용했다면

지금 은행은 '동행(銅行)'으로 불렸을것이라는 상상도 해볼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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